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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5/12 나의 어머니 2 ...시(詩)
나의 어머니 1 ...시(詩) - 최병옥 시

                                    [사진]나의 어머니 2 ... 900x1289

나의 어머니 2

어머님,
봄에 목련나무에 새가 앉으면 바람이 한 점 불어
봉오리 하나 돋아나는 것 같고,
이 가지에서 저 가지에로
흔들림의 흔적 그리며 새가 날면
살랑거리며 꽃잎이 하나씩 피어나는 것 같았습니다.

여름에
진한 풀빛이 만발하여
다갈색 참새를 몇 마리씩 숨기고도
아무 것도 숨김없는 양 헛 어깻짓을 해대던
목련나무가

어머님,
가을에 그만
그 목련나무가
흘훌 몸을 벗어 마당 여기저기에 드리우더니
그렇게 자꾸 자신을 놓아두더니.
초겨울 호로록 호로록 새가 날 때마다
호오젓 호오젓
남은 몸을 하나씩 벗어내고 있습니다.

봄에
박꽃 같은 배추속도 같은
목련 꽃잎이 피어 올 때
가슴 저렸습니다.
꽃잎이 지는 자리에 멍처럼 잎이 돋는 것만 같았습니다.
어머님은 흙 속에서 이 봄을 맞아
아지랑이처럼 홀려오는 밭고랑 냄새에
저린 다리를 추스리고 계시겠구나.
홀려도 홀려도 아지랑이에 홀려도
노동의 고됨까지 이길 수는 없어
애매한 몸살약만
보약처럼 드시고 게시겠구나.
당장 달려갈 수 없어
가슴아팠습니다.
그냥 눈물만 흘렸습니다.

여름에
햇볕 한 점 디딜 곳 없이
빽빽한 그늘 만들어 놓은
그 목련나무 아래에 서면
그늘 아래 있는 내가 미웠습니다.
넓은 밭일수록 산그늘도 멀어
어머님 눈썹은 땀으로 눕고
살빛은 쓰리게 짓무르셨을 텐데.
시원한 수박을 베 물을 때
어머님 노동도 서럽게 베물었습니다.

오늘
탄력가신 신체처럼 빳빳이 누운
낙엽하나 주워들고 만지작거리다가
따뜻한 한숨을 배시시 흘렸습니다.
육신은 삭아서 흙을 더 닮아가고
눈빛은 고여서 인생을 깊게 하는
어머니는 이제 열매를 보시고
어머니는 이제 수확을 하시면
미래에 다시 쓰실 계획을 세우며
지나온 노동을 한폭 한폭 접으실 겁니다.
짬짬이 깎은 곶감에 분이 피듯
깨며 고춧가루며
보자기 보자기 꾸리고 싸서
며느리들 딸들 살림에 분을 피우시는
어머님의 겨울에 안기고 싶습니다.

사랑하는 어머님,
눈물나는 어머님.


詩: 최병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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