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에서 두번째 솔고개 뒷동산 국형 소나무

                     [사진]앞에서 두번째 솔고개 뒷동산 작은형 소나무 - 1000x602


그대 넋이여 있으소서


그대 넋이여 있으소서


흩어지지도 말고,

스며들지도 말고,

애초 없었다하며 이 그리움 배반하지도 말고,


그대 넋이여 있으소서.


화목했던 웃음에도,

상처 주던 눈흘김에도,

픽석픽석 농담 쏟아내던 그대 음성에도

實存했던 그대 넋이여!


문둥이처럼 참꽃에 숨지도 마시고,

칡넝쿨 엮어 바위 타던

고집 센 소년으로 환생도 마시고,

비로도, 바람으로도, 눈보라 속으로도 스며들지 마시고


오직 본래의 그대 넋으로 實在하여

농후한 석류 속처럼

흥건히 머무소서.

내 속에......


2008. 8. 31



그리움


뭐 똥을 싸게 잘해 주었던 것도 아니예요.


뭐 대단한 꺼리가 있는 것도 아니구요.


그냥 대구 생각이 날 뿐이죠.


그립다고 뭐 똥을 싸게 죽고 못 사는 것도 아니예요.


그립다고 뭐 숨 안 쉬고 사는 것도 아니구요.


그냥 두서도 없이 때도 없이 왈칵 올라올 뿐이죠.

무턱대고 떠오르는 그대 이름으로

뜬금없이 나타나는 그대 얼굴로

예기치 않는 곳의 그대 흔적으로


안타까움이 그리움을 부르고

그리움이 애절함을 부르고

애절함이 절망을 부를지라도


내일에 다시 찾아 올 그리움을 위하여

어쩌면 오늘을 견딥니다.

그림움은

그대를

만나는

방법입니다.



2008. 9. 5



이 찬란한 세상을......


보드랍게 늦여름 비가 내리고

짝을 부르는 날갯짓

삐뚜룩 뀌뚜룩 하는 밤.


기약 없이 사는 사람 맘에도

세상은 속절없이 아름답기만 한데

10년이고 5년이고 5개월이고

기약하고 사는 사람 마음에는

얼마나 환장하게 아름다웠을까.


콩은 바싹 여물러 깎지 안에서 딸랑이고

옷깃만 스쳐도 차르르 샤르르 알을 떨구는

들깨향기 온 밭에 진동하는 늦가을.

허여사라 부르던 애닯은 아내와

이눔새끼라 부르던 속 아린 아들을 동행하여

고향집 뒷목재 솔밭에 올라

“이 소나무가 내 소나무여.

잘 바 둬. 꼭 이 소나무여.“

거듭날 소나무 정해주던

쉰 셋의 삶이여.


九折羊腸 굽이굽이 애타는 사연을

초겨울 불길 속에 같이 사르고

소나무로 살아난 사람이여.


그 소나무 숲길에도

이 소리 들리려나.

환장하게 아름다운

이 가을 노래가.



     솔 같은 사람

     솔하우스 주인장을 그리워하며


2008.8.31



바람 붑니다.


바람 붑니다.

비올 바람 붑니다.

날라는 어띠 살라하고

비올 바람 부나요.


바람 붑니다.

비올 바람 붑니다.

자식을 가슴에 묻은

내 앙상한 어머니는 어띠 살라하고

비올 바람 부나요.


바람 붑니다.

비올 바람 붑니다.

남편을 인생에 묻은

내 젊은 형님을 어띠 살라하고

비올 바람 부나요.


바람 붑니다

비올 바람 붑니다.

아버지를 추억에 묻은

내 어린 조카들은 어띠 살라하고

비올 바람 부나요.


바람 붑니다.

비올 바람 붑니다.

얼기설기 얽힌 핏줄의 인연을

얼기설기 자란 소나무 뿌리에 묻고 돌아선

우리는 어띠 살라하고

비올 바람 부나요.


바람 붑니다.

비올 바람 붑니다.

崔炳國松마져 흐느껴 울면 어찌하라고

비올 바람 부나요.


말려도

끝내

축축한

바람

붑니다.



2008.8.13


2008년 솔농원 막내딸 옥이 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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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황재식 2009/02/24 08:3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잘 보았네요..그런데 많이 슬프고 마음이 뭉쿨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