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야의 사랑

LOVE 2007/02/11 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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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어느 날 선유도 공원 벤치의 여인...

해가 저물어 가는 선유도공원에서 측광을 받고 벤치에 앉아 있던 이름 모를 여인의 뒷모습이다. 그 무엇보다 두 갈래로 묶은 머리꽁지가 인상적이었다. 벤치에 앉아서 사색하는 여인의 뒷모습이 들려주는 이야기가 포토제닉 했노라고... 그랬다. 그 때도 그랬지만 지금 다시 봐도 그렇다. 그 느낌 그 대로의 영상으로 사진 속에서, 나의 기억 속에서, 지금 모니터 속에서 흘러간 시간 속에 풍경이 들려주는 이야기가 잠자던 감성을 일깨우고 있다.

금와 보살을 찾아서... 놀부의 시공여행... 범죄와의 전쟁... 사이버 킬러... 파랑리... 개나리꽃 피고 아카시아향기 날릴 때... 돌아오지 않는 해병... 그리고 또 몇 편의 시나리오와 극본들이 떠오른다. 쓰다 만 이야기들도 상당수 있었던 것 같다. 그래도 그 때는 정말 열정을 갖고 살았다. 주업도 그렇고 언제나 원군으로 참여했던 농사일도 그랬다. 그런데 세월이 너무 많이 흘렀을까. 무감각해진 가슴속에 언어를 일으켜 세우기가 힘들 것 같다. 꽤 오랜 시간동안 소설가 해라, 그림 그리는 화가해라, 그런 소리들은 알게 모르게 많이도 들었던 젊은 날의 청춘이 살아온 삶 같기는 하다. 그래도 중심축은 아직 무너지지 않고 긴 생명력을 발휘하며 끈질기게 나를 따라 다니고 있다.

황야의 사랑... 끝내 생각만 하고 시작은 하지 못 했던 이야기다. 1920년대 일제 침략기에 뜨거운 가슴을 안고 살아가는 이 땅의 사내와 여인의 사랑이야기를 만들고 싶었다. 어쩌면 닥터 지바고가 펼치는 설원의 사랑이 거친 들판에서 벌어지는 황야의 사랑으로 이어지는 영상을 만들고 싶어 했는지도 모르겠다. 영원히 잊을 수  없는 전설 같은 사랑을 이 땅에 하나쯤은 남겨두고 싶었는데 그럴 수 잇을 런지 모르겠다.

시간은 자꾸만 가는데... 세월은 나를 위해 기다려 주지 않는데... 이왕 시작한 거 다 잊고  소구리나 잘 키워야지 그러면서 위로받고 있다. 소구리도 참 오랫동안 쪼그리고 앉아 있느라고 고생한다.  주인 잘 못 만나서 말이다. 쿠~ 근데, 임마! 넌 나 아니면 태어나지도 못 했어!! 그러면 그 녀석도 아무런 할 말이 없다. 그래서 가끔씩 궁 시렁 거리지만 아직 까지는 잘 버티고 있는 중이다.

그 소구리가 점프를 시작 하는 날 아무 생각 없이 어느 이름 모를 산하의 황톳길을 걸으며 옛 추억을 떠올릴 수 잇을 런지 모르겠다. 그런 날들이 한 번쯤은 왔으면 좋겠다.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정처 없이 그 길을 한번만 이라도 걸을 수 있다면 내가 살아온 시간들이 아름다운 영상이었노라고 독백이라도 할 수 있겠지.... 오늘 밤은 플래시백이 매우 요동치고 있나 보다. 그래도 나쁘진 않다. 이렇게라도 깜깜한 밤을 함께 하는 추억이라도 있으니깐 말이다. 그런 추억마저 없었다면 사는 게 어이 사는 거라 할 수 있겠는가?

소구리 하우스에서 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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